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에세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에세이/윤슬 에디션

제가 추앙을 한다면 사람이 아닌 이 책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윤슬 에디션은 영국 아티스트 고든 헌트의 작품이 표지로 사용되어 소장하고 싶은 예쁜 책이라는 단순한 이유도 있지만, 이토록 솔직하고 따뜻한 에세이를 읽을 수 있게 해준 분들께 독자로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에세이 660편 가운데 35편을 선별하는 시간만 몇 개월이 소요되었다고 하니, 그림과 글의 조합만으로도 추앙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윤슬의 뜻을 아시나요?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네이버 국어사전 발췌)

표지가 너무 예뻐 자꾸 책 사진을 찍은 나머지

제 사진첩은 윤슬 에디션 표지로 가득합니다.

박완서 선생님은 1931년에 태어나 홀어머니와 오빠와 함께 서울로 상경하여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하셨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태어난 연도를 보고 자연스레 우리 외할머니를 생각했는데, 그 당시 여고생이셨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대 입학이었습니다.

그 후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셨고, 1953년에 결혼하여 1970년에는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40세가 되던 해에 문단 데뷔를 하셨습니다. 이후 작품 활동에 매진하셨으며, 2011년 1월에 타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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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차례

  • Part1. 마음이 낸 길
  • Part2. 꿈을 꿀 희망
  • Part3.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
  • Part4. 사랑의 행로
  • Part5. 환하고도 슬픈 얼굴
  • Part6. 이왕이면 해피엔드

희망과 사랑

선생님의 솔직함이 담긴 <모래알만 한 진심이라도> 책은 누가 읽어도 꽁꽁 닫아버린 마음을 빼꼼히 열어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선생님의 글을 제가 감히 평을 하겠나 싶어 내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게 됩니다.

비가 오는 날, <사십 대의 비 오는 날>을 읽고 하필 그날 저녁 비가 내렸어요. 아이들과 외출을 하며 이 에세이가 생각났는데, 어디에 내려놓아도 깔깔거리는 아이들과 함께니 비와 함께 생긴 일들은 낭만적이긴 하지만,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무언가 부족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묘하게 아득하게 느껴졌고, 엄마의 쌀쌀한 모습을 보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사십 대의 비 오는 날>은 사랑으로 가득한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어머님 이야기, 남편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글을 썼던 이야기 등 마당이 있는 집의 분위기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40년 이상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해야 직성이 풀리며, 누군가에게 시간을 빼앗기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은 나이와 상관없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손주를 보는 눈빛은 내 어머니가 내 아이를 보는 눈빛과 같을 것입니다. 또한, ‘신여성이 돼라’라고 하신 선생님의 어머님 모습은 아들이나 딸을 가리지 않고 저를 뒷바라지해 준 아버지 모습과 같을 것입니다.

여성동아에 첫 소설을 우송하고 돌아오는 길에 너무 허전해서 울고 싶던 그 심정.

식구들을 돌보는 일들 또한 잘하고 좋아한들 온 애정을 쏟아 썼던 원고를 보내고 돌아서서 이제 집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느낌은 경력이 단절된 한 여자의 그 마음과 비슷할까요?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인용글

모르겠다. 지금 누가 나에게 보통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마에 뿔만 안 달리면

다 보통 사람이라고 대답하겠다.

p53. 보통사람

시간이 나를 치유해준 것이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체험이 있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 못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p235. 시간은 신이었을까

지금의 가족을 돌보는 일이 낯설고 티 안 나는 일상이 반복될 때면, 내가 치열하게 20대를 살아봤다는 것을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돈을 벌고 싶은 간절함을 많은 분들이 느껴봤을 것입니다. 여성들이 희생을 강요받지는 않았지만, 선택지가 많이 없었던 위치에 대한 생각도 오랫동안 해보았습니다.

이 책은 나의 딸이 읽고, 10대 시절의 느낌을 잘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우리 엄마가 그랬지.”라고 말할 수 있도록요. 20대에 한 번 더 읽은 뒤, 30대, 40대에도 읽으면서 엄마인 나를 간혹 기억해주면 참 좋겠습니다. 이것 또한 엄마의 괜한 고집이라고 시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촌스럽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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